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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땐 韓 반도체 직격탄…'카미카제'식 쌍방 공멸

3 우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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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日 이례적 경제보복 언급
日 의존도 큰 반도체 등 소재부품 보복 땐 큰 타격
日도 韓이 美·中 이은 3대 교역국…동반타격 불가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그는 12일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대해 경제적인 보복 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AFP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장영은 기자]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노역 배상 판결로 한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일본이 이례적으로 경제적인 보복을 언급한 가운데 이 조치가 현실화한다면 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이 받을 피해 역시 큰 만큼 재작년 중국과의 사드 갈등처럼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日 경제보복시 반도체 타격 가장 클 듯

일본이 실제 경제보복을 감행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반도체다. 일본의 보복조치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물질인 불화수소 수출 중단 등이 거론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은 대부분 일본산 불화수소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불화수소는 장비세정작업에 사용하는 소재다. 아울러 반도체 장비 셋 중 하나는 일본산이라는 점도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용 불화수소는 거의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수입이 중단되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일본은 한국산 반도체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국제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째 반도체 수출이 30% 가까이 감소한 상황에서 일본 수출길 마저 막히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안 그래도 무역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일본 관세 이슈가 더해진다면 우리 수출이 더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보복시 일본 경제에 부메랑

그러나 일본 역시 쉽사리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기는 어렵다. 일본 역시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한국과 일본은 양국 모두 미·중 양국에 이은 3대 교역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에 약 305억달러(약 34조6000억원)를 수출하고 546억달러(62조원)를 수입했다. 전체 수출액의 약 5.0%, 전체 수입액의 10.2%다. 일본 전체 교역에서 대 한국 교역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7.1%에 이른다.

우리로선 일본이 최악의 무역적자국이지만 일본으로선 한해 241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는 돈주머니인 셈이다.

일본 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지난해 흑자 비율은 85%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중 가장 높다. 중국(72%), 태국(67%)보다도 높다. 양국 관광 교류 역시 늘어나고는 있지만 일본을 찾은 한국인(지난해 750만명)이 한국에 온 일본인(292만명)보다 2.5배 많다.

한국과 일본의 연도별 수출입액 현황. 한국무역협회 제공
2018년 대 일본 수출입 상위 10대 품목 현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일본경제(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보도에서 자국 기업 관계자를 인용해 “일 정부가 수출 제한이나 고관세 부과 조치를 한다면 양국 기업 모두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양국 정부가 냉정하게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게 일본 기업의 본심”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한일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일 정부의 보복 조치 언급이) 기업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심혜정 수석연구원은 “일본 정부 역시 (보복을) 현실화하는 건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에선 보복 수단이 굉장히 제한적인데다 일본 역시 우리에 대한 의존도가 낮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사드 보복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되 차분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아직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이 없고 자세히 알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관련 대응을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양국 외교부는 14일 국장급 회의를 열어 최근 갈등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외교당국도 양국 간에 (경제보복 같은)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 차량들. 뉴시스 제공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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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제 피해국 방문… 속죄 책임을 이행해 가는 기록무라오카 다카미츠 교수가 2000년대 중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소녀상 앞에서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참회하고 있다. 겨자나무 제공

나의 비아 돌로로사/무라오카 다카미츠 지음/강범하 옮김/겨자나무

일본의 성서언어 및 문헌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저자 무라오카 다카미츠(村岡崇光) 교수가 제국주의 일본의 침탈로 피해를 입은 나라들을 방문해 속죄의 책임을 이행해가는 기록이다.

1938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저자는 1970년 이스라엘 히브리대에서 히브리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지의 대학에서 히브리어와 셈족 언어를 가르쳤다. 2003년 65세로 은퇴한 후엔 아내와 함께 과거 일제의 피해국을 다니며 성서 히브리어와 사해문서 히브리어 등을 강의하고 있다.

무라오카 교수는 이들 국가에서 전쟁 중 일제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묘역을 찾아 일본이 여전히 감추거나 왜곡하는 역사를 들추고 폭로하며 용서를 구한다. 일본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참회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통의 길(비아 돌로로사)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노학자가 비아 돌로로사를 가게 된 계기는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로 일할 때였다. BBC방송에서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보게 된다. 일본 군대가 태평양전쟁 중 포로 등을 동원해 미얀마와 태국 사이에 415㎞ 길이의 철도를 건설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였다. 저자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조국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대면했다.

철도 건설을 위해 6만여명의 연합군 포로와 20만여명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비인간적 조건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사실을 그때 알게 된다. 영국인 전쟁포로만 3만여명 중 7000여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었는데도 일본은 전후 이들의 죽음에 대해 보상은커녕 공식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과거 일본이 많은 사람과 국가들에 끼친 피해와 상처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배운 게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일제의 침탈과 억압으로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대학과 신학교에서 고전어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 영역으로 봉사함으로써 저자가 받은 양심의 가책과 고통을 피해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저 앉아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주기도문을 반복해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비아 돌로로사는 2003년 한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중국 대만 미얀마 태국 9개국 방문으로 이어진다. 책은 각 국가를 다니면서 사죄했던 기록과 수업 풍경을 담고 있다. 저자는 부친이 일제 시절 군인이었다는 점도 털어놓으면서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으로서 태평양전쟁을 비판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미국 침례교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듣고 대학 1학년 때 세례를 받은 저자는 성서언어학자답게 죄를 ‘잊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단어들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은 우리 죄를 탕감하시지만 죄는 결코 잊지 않으심을 상기시킨다.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역사는 기억돼야 하고 기억 속에 간직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식민통치가 피지배국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은 망상일 뿐이며, 군인들뿐만 아니라 당시 품위 있고 세련된 일본 식민주의자들도 만행에 가세했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무라오카 교수의 여정은 피해자였던 한국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 곳곳에 스며있는 저자의 철저한 역사 인식과 책임감은 오히려 배우고 따르고 싶을 정도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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